2020.11.21 14:44

언니들

조회 수 2527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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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옆 건물 치과 원장님은 유쾌한 분이다. 성향도 나와 비슷해서 만나면 편안함을 느낄수 있었다. 다만, 원장님은 너무 술을 사랑하신다. 식사 시작 전 구강소독용 스트레이트 석잔. 원장님의 트레이드 마크다. 원장님은 늘 빨간색 소주를 마신다. 나는 독한 술이 달갑진 않지만 원장님과 마시는 술은 달다.

 

그날의 만남은 원장님과 급 번개였다. 치과 문을 닫을 때쯤, 내게 전화해 저녁을 먹자고 했다. 나는 특별한 약속이 없어 콜 했다. 우리는 중간 건물에 있는 삼겹살 집에서 만났다. 6시 40분. 가게에 손님이 없었다. 원장님은 구강소독 석잔을 하고, 익지도 않은 삼겹살을 마구마구 입으로 밀어 넣었다. 삼겹살과 함께 소주도 같이 들어갔다. 원장님은 작정을 했는지 직접 냉장고에서 세병을 더 가져왔다. 금세 또 두병을 가져왔다.

 

- 사장님, 여기 이인분 더 주세요.

 

원장님은 급했다. 평소에도 주량이 남달랐지만. 그날은 한시간도 안되어 여섯병. 그중 한병 반만 내 몫이었다. 우리는 냉면을 먹고  7시 50분 가게를 나왔다. 우리가 나올 땐 가게에 손님이 꽉 찼다.

 

- 아이 좋다. 우리 어디 갈까요. 오늘 함 달립시다.

- 어디가죠?

- 노래방?

- 콜. 짧고 굵게.

 

나는 일찍 취했다. 알딸딸의 영역을 넘어섰다. 그분이 오셨다. 개님. 치마향기가 그리웠다.

 

- ㅇㅇ동에 가면 노래방 좋은데 많다던데, 가실래요?

- 콜!

 

우리는 택시를 타고, 가요주점이 몰려있는 동네로 이동했다. 택시 안에서 원장님이 내 손을 잡고 말했다.

 

- 오늘 넘니스 변호사 왔다갔어요. 육천 달래. 소송갈까 고민중이에요.

- 아...네.

 

원장님은 그 문제로 육개월을 시달렸다. 많은 동네치과에서는 복잡한 사랑니 발치를 하지 않는다. 우선, 노력에 비해 적은 보상이 주어진다. 그보다 더 실질적인 이유는 혹시라도 신경손상이 오면 사전에 거절하지 못한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대학 병원에 의뢰한다. 원장님도 늘 그렇게 했다. 그러나 그 문제의 케이스는 복잡이라기 보단 단순에 가까웠다. 치아를 컷팅하지도 않았다. 하 치조신경은 여유있게 떨어져 있었다. 운이 없게도 설신경이 가까이 붙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뿐이다. 원장님은 하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했다.

 

-오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원장님 마음껏 즐기십시요.

 

나는 계단을 내려가기전 입구에서 웨이터 흉내를 내며 원장님을 위로했다. 처음 와보는 가요광장.

 

- 우리 노래 하러 왔는데요. 

- 이쪽으로 오세요.

 

가요광장은 80년대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업소였다. 잘못 들어왔나 싶었다. 매니저 언니는 나이가 있어보였다.

 

-  우린 잘 노는 이십대만 있어요. 어떻게, 두명 불러드릴까요? 술은 양주....맥주?

 

맥주는 짝 단위로 팔았다. 상의 끝에 도우미 두명을 부르기로 했다. 우리는 도우미들이 올 때까지 노래를 하지 않았다. 맥주를 마셨다. 병이 작아 금방 한짝이 끝났다. 또 한짝을 추가 했다. 그때 도우미들이 왔다. 이십대의 잘 노는 언니들.

 

- 헉

 

나는 도우미 한명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환자였다. 하필 그분이 내 파트너가 되었다. 내 기억으로 그분은 서른 다섯이 넘었다. 나를 모르는척 했다. 나도 모르는 척 했다. 우리 네명은 맥주를 함께 마시며 말달리자 류의 시끄러운 노래만 했다. 맥주 한짝을 또 추가했다.노래 몇 곡이 끝났을 때 원장님 파트너가 영업을 했다.

 

- 에이 오빠들 여기 만원짜리 몇장 붙여봐라. 우리 차비좀 하게. 혹시 아나 기분 좋으면 립서비스 해줄지.

 

나는 일어나 만원 두장을 붙였다. 다음 노래 끝나고 또 붙였다. 다음 노래에도 붙였다. 만원짜리가 더 이상 없었다. 오만원 짜리를 붙였다. 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호구가 되었다.

 

그래도 언니들은 약속을 지켰다. 우리들에게 립서비스를 해 주었다.나는 알딸딸한 기분만 기억난다. 무슨 서비스를 어떻게 받았는지는 장면 장면이 끊겨있다. 입속에 사정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언니들이 나갈 때 기억은 남아 있다. 립서비스가 끝나자 마자 언니들은 나갔다. 나가기 전에 내 파트너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 원장님, 저 내일 모레 치과에 예약했는데. 그 때 봬요. 팁 고마워요.

 

 

 

 

 

 

 

 

 

  • 손님(63967) 2020.11.21 19:08
    하~~~글참 맛갈나게 쓰시네요.의사양반.연재를 부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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