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1 02:01

그녀와 그녀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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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엄마와 둘이서

셋방을 전전하며 살았어.

엄마가 지인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알게 되었고

국민학교 때 전학을 했는데

이사를 가고가서 겪은 일이다.

 

집주인 아저씨집 뒤안에는 

셋방들이 모인 작은집이 있었고

그 중에 방 하나를 우리가 썼다.  

당시에도 그 집이 시대에 좀 뒤쳐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오래된 집 같았고 방들 중 거주하는 사람은 우리뿐이었지.

 

어느 날부터인지는 딱 떠오르는 건 아닌데

밤이면 잠결에 눈을 떠보면 엄마가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에 갔거니 생각하면서 별 생각을 하지않고 잠이 들었어.

 

방문이 창호지가 붙은 미닫이 나무문이었는데 

하단부분에 보면 불투명한 창문이 있다.

밤에 변소에 전구를 켜면 그 창문을 통해 알 수가 있어서

그 불이 켜져있는 것도 본 적이 몇번 있었지.

그리고 다시 혼자 잠에 들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부재중이면 

언제나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내 성격 탓인지는 환경 탓인지

혼자있어서 무서움을 타고 그런 적은 잘 없어.

 

 

그런데 한 두번이어야지..

그러다 내가 잠결에 깨면서 바로 잠들지 않았다.

화장실 간 엄마를 기다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냥 멀뚱멀뚱 뜬 눈으로 천정만 바라보고 있었어.

시간이 꽤 지났는데 엄마가 오지 않았다..

문에 비친 변소의 불은 계속 켜져있었고

시간을 재었던건 아니지만 2-30분 정도는 지난 것 처럼

원래라면 변소에 다녀오고도 남은 시간인데

너무 이상해서 방에 나와 변소로 향했다.

 

변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엄마 신발도 보이지 않았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무서웠다기보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의 인지가 되지 않았고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주인아저씨 집 앞 마당으로 슬며시 나와보면서 목격한 게

청마루 앞 엄마의 신발이었다.

 

마당 쪽으로 나오게 된 것도 

늦은 시각에 주인아저씨 집 쪽에서 

어떤 부산한 소리가 들렸기때문이다.

그 소리는 뒤안에서 들을 땐 이미 한바퀴 돌아서 오는 터라

귀를 기울어야 들리는 나즈막한 소리였고

집을 돌아 마당에 나오면서 소리가 점점 선명해졌어.

 

청마루 앞 엄마 신발을 보고나서

엄마가 있구나라는 안도감은 잠시

집 안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며

마당 한쪽 편에 앉아서 엄마가 나오길 기다렸다.

 

이 상황이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다음 날 엄마에게 물어보면 안될 거 같은 눈치는 있었어.

 

이 후에도 늦은 밤, 

주인아저씨 집에서 엄마가 나오는 걸 보고

후다닥 방에 들어간 적이 여러차례..

그 뒤로는 엄마가 옆에 없어도

그러려니하고 혼자 잤어.

 

이때의 일을 되돌이켜보며 무슨 상황인지

깨닫게 된건 중3때 쯤이었다.

그 집에서는 1년 정도 살았고 

이미 지금은 다른 집으로 이사온지 한참되었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을 

혼자서 엄마에 대한 엄청난 충격과 실망감을 안고 끙끙거려야 했다.

 

 

 

그걸 깨닫게 되면서 

떠오른 다른 기억 하나가 있었는데, 

집주인아저씨 집을 보러

엄마와 처음 방문했을 때였다.

 

엄마가 주인아저씨와 얘기를 잠깐 나누었고

갑자기 엄마가 내게 동전 몇개를 손에 쥐어주며

과자 사먹으며 요 앞에 놀이터에서 잠깐 놀고 있어라고 하셨지.

평소 용돈을 아무때나 넙쭉넙쭉 던지는 엄마가 아니었는데

나는 그저 즐겁게 가게로 향했던 기억이다.

 

시작은 그때였던 것 같아.

우리집이 어려서부터 

넉넉하지 않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론 어떤 방식으로든 납득을 하고 싶어도

납득이 될 수가 없는 것이 있었어.

 

늦은 밤, 엄마가 수없이 나섰던 집주인아저씨 방,

어떤 날은 청마루 밑에 또 다른 신발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밖에서 삐져나오는 아저씨들 소리..

그 소리에 같이 섞인 엄마의 소리..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소리라기 보단

누가들어도 그 상황을 만끽하고 있는 그 소리...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 아저씨들은 지금 살아계실까..

아저씨도 아니다.

할아버지와 아저씨의 사이의 어정쩡한 단계,,,

나이 덕인지 관리 덕인지는 몰라도 

어느 하나를 정하기엔.

 

중3때 시작한 사춘기로 엄마에게 반항이 심했다..

그냥 엄마가 더럽고 싫었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나에게만 무언갈 요구하는게 우스웠다.

 

성적이 우수했던 건 아니었지만

학교에서는 그저 나는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다.

반면 집에서는 부모님에게 입에 거품을 물면서까지 반항하는

전혀 다른 아이였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당장 독립을 하고 싶었다.

엄마가 한 아저씨를 만나면서 동거하기 시작했고

나까지 그 곳에 어울리고 싶지 않았거든.

일을 했지만 아직 사회 새내기였던지라

방을 구할만한 큰 돈이 없었다.

아는 사람이나 친구라도 있으면 잠시 얹혀살고 싶은 심정이었어.

못내 그렇게 살다가

어느정도 돈이 모이자 방을 얻고 독립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 되면..

일을 시작하면..

독립을 하게 되면..

 

이런 희망으로 내 인생의 변화를 꿈꿨지만 환경만 바뀔 뿐,

새롭게 바뀐 환경은 곧 익숙한 일상으로 변해 있었다.

 

내 나름대로는

나의 20대를 치열하게 보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예쁜 아이를 갖고 좋은 엄마가 되어

행복한 가족을 꿈꿨지만,

 

남편과는 사고로 인해 일찍 사별했고

초등학생 딸래미와 함께 

둘이서 살고 있다.

내 인생에 재혼은 없고

단지 꿈이 있다면 딸에게 좋은 엄마로 남아있는 것..

 

 

하지만

딸에게 저녁은 배달시켜 먹도록 용돈을 쥐어주고

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새벽에 들어와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오늘 밤은

한 침대에서 두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

이전에 다녔던 직장의 사장과 그의 친구...

사장과의 관계는 이전부터 이어져왔고

최근부터 그가 계속 요구했던 것으로....

그의 친구를 함께 만나게 된 이유였어.

 

띠띠동갑 정도 차이가 있는 그들의 품 속에서  

문득 떠올랐던 게

예전 엄마와 집주인아저씨의 일...

그 때 들었던 엄마의 소리가 생각이 났어.

 

두 명의 늙은이는

마치 굶주린 짐승 마냥 

그들의 손짓과 몸둥우리는

나를 중독의 나락으로 떨어트리며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숨 쉴틈 없이 죄어오는

그 곳에 풍덩 빠져버리곤... 허우적거렸고

잠시 얼굴이 물 밖을 내비치는 그 짧은 순간에는

다른 많은 생각이 오갔다. 

 

남편과 아이에게 느끼는 죄책감,

엄마라면 순결하고 신성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졌었던 내 모습,

이해하기 싫었던 엄마의 모습... 등등

 

그 뒤 사정없이 

밀려들어오는 그들의 몸짓으로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능에 몸을 맡겨버렸다.

너무 행복했다고 좋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싫었다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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