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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또 잠에서 깨버렸다. 그저 흐를 뿐인 시간은 새벽 1시 쯔음을 가르켰고 

 

창문 너머 바라본 음산한 동네는 소리 없이 희미한 가로등만이 빛나고 있었다. 

 

가끔 눈을 감을 때면 정신을 차렸을 때, 혹시나 이때까지의 일들은 악몽이었을 뿐이라며 

 

웃어넘기며 깨어나는 안일한 상상에도 빠져보았지만 결국 현실은 축축한 이불과 배게일 뿐, 

 

내가 일어나는 소리에 다가와 자신을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개를 무심코 바라보다 

 

이내 답답해져버린 나는 그렇게 또 밤길을 걷기 위해 간단히 채비를 갖추고 문을 나서니

 

따스하지만 날카롭기만 하던 햇살은 종적을 감추고 달은 고요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문득 휴대폰을 꺼내본다. 요즘은 딱히 쓰지도 않으니 언제 충전했는지도 인제 기억에서 

 

까마득해도 밧데리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몇일 전에 온 문자와 

 

전화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괜한 짓, 살펴볼 필요도 없었다. 

 

아마 운동할 겸 주변 산을 거닐고 있을 때 평소 집에만 있던 내가 없어지니 궁금하여 

 

어디로 갔는지 묻기 위해 전화했을 엄마로부터의 전화 한 통, 통신사로부터의 광고. 

 

아, 이 번호는 누군지 모르겠으나 익숙한 느낌이 나 은근히 기대하여 확인해보니 햇살론 광고. 

 

그리고 회상, 대학교를 가게 되며 앞으로 전화할 일이 많아질 테니 잘 쓰라며 집에서 큰 돈으로 과감하게 사 주신 

 

이 최신 스마트폰이란 건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린 듯 그저 게임기로서의 성능으로 빛났을 뿐, 

 

하지만 게임을 안 한지도 오래니 차갑기만 한 이 기계는 그저 차갑기만 하였다.. 

 

연락처를 살펴본다. 김 씨, 권 씨, 차 씨, 유 씨 등 이름은 다양해도 

 

과연 나는 이들과 전화해본 게 몇 번이나 됐을까? 

 

과감하게 전화해볼려고 해도 딱히 할 말도 떠오르지 않거니와 그 거북한 예감. 

 

이미 지난 일이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고 얼마 뒤 술기운에 힘입어 그동안의 일에 감사드리기 위해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봤으나 바쁘셔서 전화를 못 받고 따로 문자도 못 했으리라 

 

믿고 싶었을 만큼 그로부터의 반응은 없으셨는데, 아마 그 때의 나는 경외심을 가지며 

 

스승과 제자 간의 애착을 상상했는 듯하지만 그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을 뿐, 

 

인제 흘러간 귀찮은 존재가 전화를 해 왔으니 그것은 부재중 통화로 남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은 모처럼 연락도 해 볼 겸 새해를 축하하며 단체 메시지를 날려보았지만 

 

'누구세요?'라는 답장들...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 또 그나마 연락했고 정말 친하긴 했던 거 같지만 

 

모종의 이유로 다투고 사실상 절교 수준이 되어 연락할 수 없는 몇몇 번호들... 그렇게 떠나버린 내 마지막 전화들... 

 

결국 저장되어 있지만 저장되지 못해 스쳐 지나가는 010, 

 

그래도 한 번은 연락할 일이 생긴다는 희망을 포기 못한 채 

 

장식품은 장식품으로써의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그렇게 둘 뿐이었다.

 

...그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집에서 쫓겨난 아이처럼 길 어느 의자에 앉아있던 나는 

 

착잡한 마음을 뒤로한 채 인제는 진부해져버린 새 출발이란 걸 또다시 다짐하며 집으로 올라간다. 

 

문을 여니 날 반겨주는 개 한 마리... 난 무심코 바라볼 뿐이었다. 

 

http://cafe.naver.com/244454/87677 )

 

 

12월 19일

군대에 갔다오면 난 변할 수 있을까?

 

군대에 갔다오면 내 주변은 달라질까? 

 

군대에 갔다오면 군대에 갔다오면 군대에 갔다오면, 

 

아, 기억을 다듬어보면 올해 1월달 쯔음, 

 

안경을 새로 맞출 겸 동네 안과에 가서 

 

시력검사나 받아봤더니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녹내장 의심증이라며 근처 부산대병원에 가보란다. 

 

"그럼 제가 2급 현역이 나왔었는데, 재검도 받아봐야 하나요?" 

 

"내가 군의관 출신인데, 이 정도면 공익이다. 

 

당장 큰 병원 통해서 검사받고 병무청에 가서 재검 받아봐라." 

 

이 말이 모든것의 시작이었다. 아프다는 말에 슬퍼해야겠지만 

 

마음 한 구석은 기쁘기만 했다. 그 뒤로 엄마와 함께 꾸준히 대학교 병원을 

 

다니며 검사를 받아보았다. MRI까지 찍어보았다. 그런데, 여기 의사는 별 문제가 없단다. 

 

어릴 때 생일선물로 문화상품권을 기대했지만 학용품세트를 받은 기분이랄까, 

 

그래도 '이 정도면 공익이다.' 그 말이 몇번이고도 내 귀를 맴돌았다. 

 

결국 어떻게 어떻게 병사용 진단서를 끊고 창원의 병무청에 가게 되었지만 

 

돌아온 건 '애매하다'는 말과 함께 7급, 5개월 뒤에 다시 오란다. 이 때 확실히 느낌은 왔다. 

 

'어차피 현역이겠군.' 하지만 그 동안의 검사비용이 아깝게 여겨지고 

 

이왕 여기까지 온 거라며 마지막 희망을 놓치 않기로 했다. 

 

일을 하자, 아자아자 일을 하자, 공사장이니 신발공장이니 

 

전전하며 꼭 듣는 소리, '야, 넌 군대 언제 가냐?' 

 

그럴 때 무슨 무슨 이유로 7급이라 두고봐야 된다고 말하면, 

 

병약한 사람으로 보이는지 되게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아마 피 묻은 손수건에 보란듯이 기침하는 요조가 된 기분, 

 

하지만 결국 간파당하던 것처럼 아, 그 의사, 그 의사. 

 

나의 고집에(그러나 행패를 부리진 않았다.) 마지못해 

 

병사용 진단서를 써 주던 그 의사의 눈빛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겉부터 속까지, 아픈것도 없으면서 빠질려고 하던 나의 그 '나약함'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여름이 시작되던 찰나, 다시 검사를 받아보았지만 역시나 현역이었다. 

 

2급에서 7급에서 다시 2급, 이 때까지의 검사 비용이며 시간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그 후 막연히 '가긴 가야지'라는 생각은 했어도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 

 

사실 잡고 싶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았다. '난 분명 어떤 문제가 있을거야... 분명...'

 

그러다 어느날 페이스북을 보았다. 저 얘는 벌써 갔고, 이 얘는 8월달 입대인가.. 

 

쟤는... 그 얘는... 하나 둘, 다 가고 있다. 아니면 이미 전역이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늦어버린것만 같았다. 모두가 끝날 때, 나는 인제야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결국 뒤늦게나마 입대 방법을 알아보다 '본인선택'이란 걸 알게 되었다. 

 

시간에 맞춰 신청을 했다. 그리고 되어 버렸다. 되어 버리고 말았다. 

 

'2016년 12월 19일 11사단 신병교육대', 웃음이 나왔다. 

 

이건 기쁜 웃음일까, 슬픈 웃음일까? 모르겠다. 그저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엄마는 내게 남들은 잘만 가는 군대를 넌 왜 그러냐며 

 

너 같은 놈은 군대에 가서 맞아봐야 정신 차린다고 한다.  

 

그래, 아주 그냥 날 때려줘, 용기가 없어서 죽지 못하는데 차라리 죽여줘. 

 

내 선임은 과연 착한 사람일까 많이 추울까 많이 더울까 밥은 어떨까 

 

일기는 쓸 수 있나 만약 하루하루 일기를 쓰며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썼다가는 

 

누가 내걸 몰래 훔쳐보고는 비웃을까 그렇다면 하루하루 즐거운 훈련과 

 

맛있는 밥을 먹는 행복한 일과에 대해서 써야 할까 

 

내가 선임이라는 존재가 되면 내 후임들을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내 자신도 벅찬데, 우리집 개 한 마리도 제어하지 못하는 내가

 

남의 위에 군림할 수 있을까 후임한테 무시당하면 어떻게 해야되지 

 

상처뿐인 제대가 될까 아니면 웃으며 나갈 수 있을까 

 

입대할 때 나한테 잘 갔다오라며 연락하는 지인이 있을까 아니 

 

그 보다 내가 입대하는 걸 모른다고 하는 게 맞겠군 

 

휴가를 나오면 만날 사람이 있긴 있을까 

 

그래 만날 사람은 있겠네 월급으로 나오는, 그 '애국심'의 

 

20만원이면 잠깐 여자품에 안길수는 있겠네. 역겹다, 스스로가 역겹다. 

 

군대에 가면, 군대에 가면 달라질 거 같은 희망이 들기도 하지만 과연 달라질까 

 

취직은? 뭘 해먹고 살지? 대학교 문제는 어떻게 하지? 

 

1학년 내내 안 가기만 했는데, 지금은 자퇴하고 싶어? 몰라, 

 

거길 자퇴하면 난 정말 갈 곳이 없어질 거 같아, 근데 거기에 남아도 

 

내가 뭘해야될지 모르겠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피투성. 

 

차라리 죽어버려, 의지박약한 놈. 그래 그냥 죽여줘, 제발 날 죽여줘. 

 

한 번은 창문 위에 서서 가만히 밑을 바라 보았지만 무섭기만 했어. 

 

가끔 지하철을 탈 때면 저기에 뛰어드는 날 상상해. 

 

하지만 그건 남에게 피해를 끼칠 뿐이야, 집에서 조용히 번개탄을 피울까 

 

60개입에 1만 5천 8백원, 결국 내 삶에 필요한 건 1만 5천 8백원일까. 

 

차라리 군대에 가는 게 다행일거야 2년이 차라리 10년이, 20년이, 30년이 됐으면 좋겠어 

 

대학교 걱정도 없어 취직 걱정도 없어 엄마도 없어 하루하루 열심히 땀 흘리며 

 

제때제때 나오는 3끼를 먹으며 휘날리는 태극기, 뫼르소의 엄마가 울던 것처럼,

 

그래, 습관 때문일거야. 그렇다면 전역할 때면 전역하기 싫어서 울지 않을까? 

 

몰라, 그냥 다 모르겠다. 또 알바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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