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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3 16:15

[경험담] 조부상을 겪으며

조회 수 1659 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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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145/read/30567457?

본 경험담은 다른 괴담들처럼 자극적이거나 소름돋는게 아닌

 

 

 

여러분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 글입니다.

 

 

 

 

 

 

 

5년전, 고등학교 수학여행 시즌에 있던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수년간 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아셨었고

 

 

 

끝내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이미 암의 전이는 곧 사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침상에 누워계신, 얼마남지 않은 할아버지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좋아하셨고 어린시절 3살위의 형보다 저를 유독 귀여워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시절엔 할아버지 댁은 놀거리가 없어서,

 

 

 

한옥이라 집이 불편해서 많이 찾아가지 않았었습니다.

 

 

 

어린시절이라 그랬지만 역시 지금에와선 할아버지와의 추억거리가 없어 후회되는 일입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같이 슈퍼를 가거나 밭을 일구고 열매를 따던 기억보다

 

 

 

기침하시고 누워계시는 모습의 할아버지가 더 기억에 많습니다.

 

 

 

 

 

수학여행 전날, 할아버지는 이미 오늘내일 당장에라도 강을 건너실 상태였습니다.

 

 

 

의사께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시기 며칠전에도

 

 

 

이미 내장들이 기능을 다 했는지 검은 토사물을 뱉어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들었었습니다.

 

 

 

애써 잊으며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는 인생 첫 비행인 만큼 두근거렸습니다.

 

 

 

그저 비싼 대중교통인데 지금보니 뭐가 그리 기대됐던지.

 

 

 

수학여행 중에도 병원일은 잊은 채 한라산을 등반하고 저녁엔 먼저 자는 친구 인중에 치약을 바르는 등

 

 

 

틀에 짜여서 재미없는 학교식 투어루트를 제외하면 즐거운 여행이였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 근처에서 셔틀 하차한 뒤 마침 병원일이 생각나 어머니께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저녁 10시, 수학여행 가기전 상황이 상황이였던 만큼 집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캐리어를 내려놓고 잠시 소파에 앉아 피로를 푼 뒤 다시 짐 정리를 하는 중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대충 내용은 

 

 

 

'방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씻고 지금 오거나 피곤하면 다음날 아침에 와라'

 

 

 

주변에선 익숙한 목소리의 어른들이 통곡하는 소리 뿐이였습니다.

 

 

 

전화를 했다는 점과 주변의 상황으로 볼 때 돌아가신지 수십분 채 되지 않은듯 했습니다.

 

 

 

서둘러 짐 정리를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도보로 약 20분 정도의 거리였기에 달리고 걷기를 반복하며 갔습니다.

 

 

 

 

 

병원으로 가는길엔 오르막과 내리막을 합쳐 200M쯤 되는 약간 가파른 언덕이 있는데

 

 

 

옆의 샛길을 통해가면 5분가량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저는 평소에 언덕길을 주로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 땐 왠지모르게 샛길로 갔는데 어두워서인지, 잘 안오던 길이라 그런지

 

 

 

중간에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라 다시 돌아와 언덕길로 갔습니다.

 

 

 

언덕을 오르고 이제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돌아 쭉 걸으면 병원이 있는데

 

 

 

막상 언덕의 정상에 오른 순간 뭔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마치 시험문제 서술형을 쓰는데 정답이 확실하지만 쓰면서도 이게 맞나? 하는 느낌

 

 

 

왜 하필 또 그 때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봤는지...

 

 

 

 

 

언덕의 정상에서 보면 지나온길이나 가야할 길이나 같은 내리막이죠.

 

 

 

분명히 앞에 5거리로 향하는 내리막이 맞는 방향인데

 

 

 

지나왔던 길이 마치 5거리 내리막길처럼 보이는 겁니다.

 

 

 

심지어 어두웠기 때문에 주변건물을 보고 방향을 판단할 수도 없었습니다.

 

 

 

병원은 빨리 가봐야겠는데 순간 방향감까지 상실하니 미칠노릇이였습니다.

 

 

 

결국 머뭇거리다가 5:5의 확률로 길을 선택해서 내려오니

 

 

 

다행히도 맞는 방향이였고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해서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시신은 옮겨가서

 

 

 

중환자실이 아닌 지하의 장례식장으로 오라고 하더군요.

 

 

 

조문객이 주로 저녁에 방문하다보니 주변은 그저 통곡하는 소리 뿐이였습니다.

 

 

 

이름을 따라 들어가니 할아버지는 사진으로 놓여계셨습니다. 향과 함께.

 

 

 

전화로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그 때 까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의사의 안내에 따라 마지막으로 관으로 옮길 때

 

 

 

그제서야 모든것이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상주셨기 때문에 아들들인 형과 저도 함께 관으로 옮겼는데

 

 

 

직접 무겁고 뻣뻣하게 굳은걸 느끼게 되니 그냥 눈물이 쏟아지더군요.

 

 

 

조선시대 왕이 죽었을 때 행해지던 의식대로

 

 

 

하나하나 천으로 시신을 감아가던 그 시간은 너무나도 감정적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때 당시엔 처음 겪은 상이라서 한동안은 몰랐지만

 

 

 

나중에 돌아보게 되서야 이 때 일어난 일이 꽤 소름돋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 여행가기 전에도 오늘내일 하시던 분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돌아가신 점.

 

 

 

귀신은 활동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아는데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아끼던 손주얼굴을 보고싶어

 

 

 

버티고 버텨 고향에 온걸 보고서야 떠나신건 아닐까.

 

 

 

 

 

2. 중간에 길을 헤맨 점.

 

 

 

당시 자신의 볼성사나운 모습이 아닌 사람의 손을 거쳐 정갈한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으셨던건 아닐까.

 

 

 

아마 그 때 길을 헤메지 않았으면 중환자실로 먼저가서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는걸 먼저 봤을 겁니다.

 

 

 

 

 

3.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꿈에 나오신 적이 없는 점.

 

 

 

괜히 우리 어린손주(당시 고1) 아침부터 슬퍼하지 말라고 배려해주시는 건 아닐까.

 

 

 

기껏해야 아주 잠깐 뒷 모습이 할아버지 아닌가 한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이 강을 건너며 그저 한 줌 뜨거운 재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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