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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2 20:39

[경험담] 창밖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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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30566744?

이십년 전, 추석인지 설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친가 식구들이 명절을 겸해서 할아버지 댁에 모였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할아버지 내외는 시골의 야트막한 산 중턱을 깎아 집을 짓고 살고 계셨는데, 온 식구가 모이면 집안의 어른들과 남자들은 본채에서, 며느리와 아이들은 별채에서 잠을 잤습니다.

단칸방 하나인 데다가 명절 아니면 쓰일 일이 없어 보일러도 설치 되지 않은 별채에 어머니와 숙모 세명, 아이들은 저를 포함해서 대충 대여섯 명쯤 됐을 겁니다.

문득 추웠던 기억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추석이었던 모양입니다.

 

어머니는 어머니들대로 모여서 주무시고 저는 또래 사촌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잠을 자던 중, 인기척인지 뭔지에 눈을 떠보니 맞은편 벽면에 자그마한 창문 너머로 누군가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캄캄한 밤중이라 이목구비는 또렷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상체를 기울여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어머니들 중 한 분이 이부자리에 앉아 창문 너머의 사람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교적 젊고 낯선 음성이었기 때문에 금방 막내 숙모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혼부부로써 시댁에서 처음 명절을 보내는 막내숙모가 잘 자고 있는지 걱정 돼서 막내 삼촌이 확인하러 왔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저는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본채에서 간단히 예배를 드리고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식탁 맞은편에 앉아 계시던 막내 삼촌에게 어젯밤 보러 오셨을때 몇 시쯤 됐었느냐고 물어보자, 갑자기 막내 숙모가 화들짝 놀라더니 사레가 들려 켁켁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앉아 계시던 둘째 숙모가 놀란 표정으로 너도 어젯밤 뭔가 봤느냐고 거꾸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제가 봤던대로, 창밖에 누군가 서 있었는데 막내 숙모와 대화 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삼촌이 잘 자고 있나 확인하러 온 줄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식사가 어수선하게 끝나고, 어머니가 저를 작은 방으로 데려가서 들려주신 말씀은, 무척이나 기괴한 것이었습니다.

 

불교 신자였던 막내 숙모는 기독교 집안의 아들인 저희 막내 삼촌과 결혼하시면서 종교를 개종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이상한 기척에 눈을 뜬 막내 숙모는 누군가 창문 너머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와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OO아 돌아와라, 함께 가자, 너는 그쪽 사람이 아니다, 라고.

막내 숙모는 겁에 잔뜩 질렸지만 이대로 자는 척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몸을 일으키고 창문 너머의 누군가를 향해 몇 번이나 "물러가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한참 말씨름을 하던 중 창밖의 실루엣이 "아깝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고, 막내 숙모도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아침에 깨어나 저희 어머니와 숙모들에게 울며 간밤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습니다.

어머니들도 기독교인인지라 막내 숙모의 말을 믿어주면서도 시댁에서 긴장을 많이 한 탓이라고 반신반의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합니다.

 

다시 별채에 가서 창문을 보니 과연, 어젯밤 방을 들여다본 사람은 절대로 막내 삼촌일 수가 없었습니다.

창문은 삼촌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은 곳에 달려 있었고, 무엇보다 '들여다보는' 자세를 취하려면 키가 최소한 3미터는 돼야 했으니까요.

 

누구였을까요?

어디로 돌아오라고 했던 걸까요?

여전히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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