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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하고 왔어, 친구가 같이 하자고 계속 보채서....

 

하여튼 이어서 풀어볼께

 

그래, 그렇게 인사를 하는데 더 예뻐진 얼굴을 보고 벙쪄져 있던 나는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고 "네, 안녕하세요~" 했음

 

얘는 날 알아보고 놀라는 눈치였는데

 

난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인냥 대했으니 그 점에서도 의아하긴 했을꺼야.

 

그렇게 입사 첫날은 말 없이 지나갔음

 

그리고 한 2 ~ 3일 후 였나 회의가 있어서 자료를 복사해야 됬었는데

 

그 일을 걔가 맡게 된거지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이 꽤 있었고 자료도 양이 좀 되는지라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내 자리 옆에 있는 복사기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음

 

아니나 다를까, 사용한지 좀 오래된 복사기는 종이가 잘 끼었고

 

어김없이 이번에도 많은 양을 복사하다 보니까 종이가 끼었음

 

근데 보통 프린터기에 종이가 끼면 막내가 고친단 말이야

 

근데 난생 처음 써보는 복사기인데 종이가 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겠어

 

그런걸로 윗 사람한테 도움 요청하면 쿠사리밖에 더 먹으니

 

섣불리 누구한테 도움도 못 청하고 우왕좌왕 하는거 보고

 

도와주려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나랑 같이 들어온 남자 사원 하나가 슥 가더니

 

"복사가 안되세요?" 하는거야.

 

그런데 그 애가 별말 할께 있겠냐. "아..네..."

 

이러고 있는데 그 사원이 "이건 아마 종이가 껴서 그런 걸 꺼에요"

 

하면서 고치려고 하더라.

 

전에 말했듯이 우리 회사는 내가 나온 고등학생 출신이 많은데

 

그 사원도 우리 학교 출신중에 하나였음.

 

내가 될때로 되라 하고 살때 이름만 알고 지내던 사람이였는데

 

주변에서의 평가가 진짜 개차반이였음.

 

여자가 양말 갈아신듯이 바뀌고.

 

고등학교 일진들 삼위일체인 술, 담배, 문신 중에

 

문신 빼고 다 하던 녀석이였음.

 

근데 선생님들 앞에서는 천상 모범생인척 하니까

 

선생님들이 알 리가 있나, 결국은 나랑 같이 면접보고 붙음.

 

뭐 그렇게 고치려고 하는데 결국은 낑낑대다가 못 고침.

 

복사기에 종이끼면 내가 다 고쳤거든 ㅋㅋ

 

게다가 구조도 복잡해서 한 두번 본거 가지고는 고치기 힘들었음

 

결국은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지 갈 길 가더라.

 

이제 그 애 멘탈은 거의 부서지기 직전이였음.

 

내가 일부러 관심없이 일하는 척 하고있었거든, 일 하나도 없는데

 

아무말도 안하고 슥 일어나서 끼어있는 종이 빼서 그 애한테 건네줌

 

진짜 환하게 웃더라, 그 미소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미소지을뻔 했는데

 

꾹 참고 가볍게 목례만 하고 다시 자리가서 앉음.

 

그 뒤로는 종이 안 끼어서 복사하고 정리해서 회의 잘 끝났는데

 

난 종이 끼운거 빼준 후에 그 애가 지었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더라.

 

그 날 회의가 좋게 끝나서 저녁에 신입 환영회 겸 회식이 있었는데.

 

환영회 겸 회식이니까 우리 부 에서 한잔씩 다 돌리고

 

다른 과에서도 부장님들이 한잔씩 주는데 거절을 못하고 다 마시더라고

 

회식 후반 되니까 애가 눈이 반쯤 풀려서 정신을 못차리더라.

 

저거 걱정되서 어떻게 집에 혼자 보내지... 하고 있었는데

 

끝날 분위기가 나오니까 아까 위에서 언급한 그 사원이

 

반쯤 정신이 풀린 그 애를 데려다 준다고 하더라고.

 

속으로 '아 ㅅㅂ ㅈ됬다 저 ㅅㄲ는 안되는데'를 존나 복창하고 있었는데

 

나랑 그 애의 사정을 들은 인사담당 과장님이

 

"OO군 (나) 이랑 OO양 서류 보니까  같은 아파트던데 데리고 가~"

 

하시는거야.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술에 취할때로 취한 그 애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나한테 와서 내 손을 잡아 끄는거야.

 

어리바리랑 당황을 같이 타고있는 와중에

 

"많이 취한거 같으니 데려다 주러 먼저 가보겠습니다."를 미소지으며

 

말하면서 꾸벅꾸벅 인사하고 뒤돌아서 나오는데

 

정작 그 애가 서서 안나오는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들어가서 손 잡아 끌어서 나오는데

 

뒤에서 "Oh~~~~" 하는 환호성이 들려오는거야.

 

신발도 신듯 말듯 신고 나와서 좀 걷다가 정신을 차려보니까

 

아직도 손을 잡고있는거야.

 

회식 자리에서는 경황이 없어서 몰랐는데

 

정신좀 차리고 보니까 손이 진짜 작고 부드럽더라. 라는 생각을

 

하고있던 찰나에 그 애가 머리를 스르륵 들면서

 

"계속 잡고있을꺼야...?" 하고 묻더라.

 

재빨리 빼면서 "아.. 죄송합니다." 했더니.

 

"....난 잡아도 좋은데" 이러면서 내 손을 잡는거야

 

그 애 얼굴 바라보면서 당황과 부끄러움의 중간의 표정을 짓고 있으니

 

"나 누군지 기억 안나...?" 하고 묻는거야

 

"무..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라고 대답하니까

 

"맛있는거 많이 해준다고 약속 해놓고 해주지도 않고,

 

자리 남겨놓으면 들어온다더니 애간장만 태우고..."

 

라고 말하면서 내 쪽으로 쓰러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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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사람 없을거 같긴 하지만

 

누군가는 읽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올립니다.

 

내일 일 끝나고 시간 좀 남으면 다시 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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