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걸어오는 그 아이를 보면 설레이고 행복했지만

 

유독 성관계를 할 때 나는 예민해졌어. 하다가 갑자기 하기 싫어졌다고 그만두는 횟수가 늘어났고 나는 나대로 걔는 걔대로 지쳐갔지. 아마 난 이 아이에게 투정을 부린 것같아. 날 사랑하고 내 모든걸 이해해준다고 날 행복한 여자로 돌려놔준다고 했던 그에게, 사는동안 항상 예스걸 이였던 나는 그에게만 매번 노를 외쳤어. 싫어 하지마 건들지마 더럽다고 꺼지라고 항상 그아이를 시험했어. 내가 이정도까지 널 못살게 구는데 넌 아직 날 사랑하냐고.

 

난 확답이 필요했어. 내가 어떤여자라도 날 사랑해주길 바랬어. 불안정한 스스로를 감추고 도망치다가 정작 그를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나는 '나 이렇게 무서운 사람인데 그래도 너 자신있어?' 라고 묻듯이 점점 그 아이의 한계를 넘나들기 시작했어.

 

처음엔 섹스를 거부하다가 점점 그 아이에게 욕을 했고

 

나중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어. 내가 내 멱살을 잡고 협박한 거랑 다름이 없었지.

 

그렇지만 그 아이는 날 지켜보고 기다려주고 울었어.

 

밤새 연락없이 다른 남자와 하루를 보내고 여기저기 멍이 든 채 그 아이를 만나 아무렇지 않게 모텔을 갔어.

 

내 멍을 보면 다른남자의 흔적을 내 몸에서 보면 그 아이가 어떤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어. 이제는 그 아이가 고통스러워 할수록,분노할수록 정말 날 사랑한다는걸 증명하는거라고 느꼈어.

 

그 아이는 내 몸을 보고 점점 화나는 듯 했어. 나중엔 분노를 참지못하고 말한마디 없이 내 몸을 거칠게 씻겼어

끝인가 이 아이와 이제 끝나는건가?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졌어 그냥 완전히 혼자가 되버리고 싶었어. 씻고 나서 둘 다 담배만 필 뿐이였어. 그 아이의 생각이 읽혔어. 이젠 더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것 같았어.

내가 원한건 정말 이런 파멸이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담배를 또 꺼내물었어.

 

근데 그아이가 말했어

(대화는 정확히 기억은 안나서 뉘앙스만 재구성할게)

 

"난 너 포기안해 절대안해. 그리고 앞으로 너 이러는 모습 봐주지 않을거야. 화낼거야. 널 이해하지만 널 너 하고싶은대로 두지 않을거야"

 

"왜? 이젠 내가 망나니같아? 이런 내모습이 솔직해서 좋다며? 질렸으면 그냥 날 버려. 괜히 어줍잖은 충고할 생각하지마."

 

"그만해 이제. 너 그거 핑계야. 너 그냥 보통 여자야 스스로를 너가 낮춰 생각할 뿐이야. 스스로 문닫고 안나오고 있는거야."

 

맞는말이였어. 지금까지 상황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닺게 된건 스스로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내 안의 어떤 것이였어.

 

그랬어. 어릴적 눈치봤던 성적과 외모를 부모님은 단한번도 혼낸적이없었어. 그건 내스스로 먼저 눈치보면서 혼나지 않을정도로 자제해나갔기 때문이였어. 온갖 일을 벌리고 다니는 연년생 친오빠를 보면서 오빠가 혼나면 방에서 공부를 시작했어. 어김없이 부모님은 화난채 내 방에 들어왔다가는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문닫고 나갔어.

 

난 어릴적 단 한번도 혼난 적이없었어. 하지만 심적으로는 언제나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그치고 혼내고 있었어. 엄마가 오빠를 혼낸뒤에는 언제나 그날 밤 오빠방에가서 뽀뽀하고 안아주고 나왔고 다음날 오빠는 개운한 얼굴로 다시 사고를 치기 시작했지. 난 멀리서 관찰했어. 부모님이 영원히 난 알아서 잘하는 딸이라고 생각하도록 말이야. 운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성적도 나쁘지 않았어. 항상 압박감을 가지고 시험을 쳤고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 이번엔 조금 힘들었다며 밑밥을 깔았지만 부모님은 성적은 중요하지않다며 너가 하고싶은걸 찾으면 성공한거라며 늘 같은말을 했지. 그치만 높은성적을 받으면 굉장히 좋아했어. 나는 어느순간부터 그 좋아하시는 표정을 한번보려고 아무도 시키지않았는데 혼자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되었어. 그러다가 어느날 스스로 알게된거야

 

난 주인오면 꼬리흔드는 개새끼나 다름없었다는 걸.

 

그 누구도 시키지않은 일이여서 탓할 사람도 없었어.

 

난 그냥 혼자 오바한 아이가 되었지. 근데.. 태어나서 어른이 되기까지 기간동안 자초한 일로 받은 그 고통들은  그저 '너가 오바한거야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랬다면 제일 비싼 옷도 사주고 종종 널 혼내기도했을텐데' 라는 정도로 위로되지 않았어. 오히려 그런 말을 날 분노시키기에 충분했어. 가해자가 없는 피해자의 고통. 피해자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애매한 [가해자=피해자=나 자신] 이 공식이 날 가두어버린거야.

 

그러다 이 아이를 만나고 이 아이가 내게 화내고 울고 설득하는 모습에 하나둘씩 나도 모르게 벽이 허물어지고 있었던 거야. 태양이 뜨거우면 옷을 하나씩 벗게되는 것처럼 그 아이는 내게 기꺼이 태양이 되어줬고 난 결국 알몸이 되어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거야. 이런 내모습이 약해보였고 날 지키기위해 센척하며 그를 힘들게 했던거고 나도 모르기 내 유년시절의 빈 구멍을 메꾸어 가고 있었던 거야.

 

매일 좋아 라고 말했던 나는 처음으로 남자에게 싫다고 거부하기도하고 그를 아프게 하기도 했어. 이 과정에서 나는 점점 화를 분출하는 법을 배웠어 (물론 강도 조절이 안되서 거의 미친년처럼 화냈지만)

 

그리고 난 스스로 이걸 멈추지 않으면 정말로. 진짜 이 아이가 내앞에서 사라질 것이란 걸 깨달았어.

 

내 태양이 사라진다니.

 

그제서야 난 온몸에 힘이 풀린지 엉엉 울어버렸어. 이 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휘집고 지나갔어. 너무 미안했어 그에게 줬던 상처들을 내가 치료해줄 수 있을까?

 

우리 아직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할수있는 사이일까?

 

난 그 아이에게 파묻혀서 오랫동안 울었어 너무 미안했다고 널 너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널 정말 미칠것 같이 사랑한다고 되뇌어주었어.

 

그 아이는 돌아와줘서 고맙다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다시 너가 엇나간다면 널 혼낼거라고 말했어.

 

그리고 지금은 섹스라는 것 자체가 나에겐 폭력으로 인지되었다는 걸 알았고 휴식을 충분히 갖고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서 이 아이와의 성관계는 임시휴전중이야.

 

이 아이는 날 살린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고 만나고 있어. 정말 이런 말 싫어하는데 신은 감당할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하잖아? 조금은 맞는 말인듯 해.

 

아직도 문득문득 과거 기억들이 스쳐지나가서 소름이 돋을 때도 있지만 그냥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잊으려고 묻으려고 노력중이야.

 

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있잖아.

 

지나치게 혼내는것도 가정폭력이지만

 

지나치게 혼내지않는 것도 가정폭력일 수 있어

 

그만큼 인간은 복잡하고 하나하나의 개성이 다른 것 같아.

 

혹시나 있잖아 너희들중에 왜 난 이렇게살까 싶은 친구들아. 정말.정말로 너희들은 소중한 사람이야. 이세상에 연고자 한명없어도, 정말 혼자라고 생각되도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스스로는 스스로를 지켜보거든.

 

그래서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멋진사람이란걸 아는거야 자기 눈에 그렇게 보이니까. 그래서 멋진거야.

 

 

아무튼 흠 이제 진짜끝 안녕!

  • 손님(b8571) 2018.03.09 20:50
    그 27살이야. 너도 그럼 이런 생각이 들까? 나는 외부에서 나엑 주어지는 스트레스, 자극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어차피 쓰레기인데 저딴 일이야 뭐 하는 식으로 넘기기 쉬워. 또 너 말대로 이따위쯤이야 하면서 비웃을 수 있을 정도니까. 그런데 내 몸뚱아리를 칼로 찌르고 있는 내 손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거냐? 분명히 평상시엔 가만히 있어. 말도 잘 들어. 그런데 어느 한순간에 지 혼자 날뛰면서 지가 붙어있는 몸뚱아리를 다 망가뜨려. 그게 자기자신을 죽게 만들거라는걸 알면서도 그래. ‘자존감이 낮으니까 자기비하와 자기부정을 해서 그러는거다. 그러니 자존감을 높여야한다.’ 흔히들 하는 말이지. 그런데 그 자존감이라는걸 어떻게 올려야 하는데? 그리고 올리려면 뭔지를 알아야 올리든 내리든 할텐데 그놈의 자존감이라는건 도대체 뭔데? 이해할 수도 없는 개념이 나를 갉아먹고 그래서 그걸 고치려고 이해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안되서 수렁에서 나오질 못하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하냐
  • 손님(2c071) 2018.03.10 10:02
    내가 위에 적은듯이 자존감은 올라가는게 아니고 경험이 쌓이는 거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넌 이미 경험이 많이 쌓여서 누구보다 깊어진 자존감을 가지고 있어. 너가 적었듯이 외부에서가 아니라 너스스로 망가뜨리는 거잖아. 이제 널 상처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안남은거야. 나도 그랬어. 그냥 내가 너무 싫었어. 생각을 깊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자기부정만 나열되는 삶이더라. 내가 내린 결론은 생각을 하지말자야. 멍청하게 살라는게 아니라 그냥 정말 필요한 것이 아니면 멍하니 생각하는 습관을 버리려고 노력했어. 자기부정이라는 것은 패배자들의 감정이 아니야. 자기본질에 다가설수록 강하게 느껴지는 감정이야. 무엇이 자꾸 너스스로를 의심하고 질문하게하고 결국엔 자기파괴로 가게한거니? 너의 얘기를 듣고싶다. 얘기해줄 수 있어?
  • 손님(b8571) 2018.03.12 01:34
    흔히 말하는 강남3구에 살았지만 부잣집은 아니었어. 대한민국 평균 수준이었지. 그런데 어렸을때부터 가족들은 나한테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아빠가 외도를 했다는걸 알고 있었지. 내가 알고있다는걸 가족들이 알면 놀랄까봐 모른척 했고 그런게 여러번 있었어. 안다는걸 숨긴다고 해도 아빠한테는 항상 증오심만 키워갔었고 내가 엄마를 지켜줘야한다 라는 생각이 강했었자. 또 아빠는 지금까지 내가 모의고사 전국 두자리등수가 나와도 그건 당연한거다 라는 식이었고 적어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할줄 알아야 하는게 기본이다 그런데 너는 그런 기본도 못한다 라는 식으로 나를 대했었어. 항상 난 부족한 아들, 모자라고 쓸모없는 아들이었고 어디에 내놓기 부끄러운 아들이였어. 아빠가 날 그런 취급해도 운동신경 최상위권, 공부 상위권에서 최상위권 사이, 키는 평균키인데 외모는 꿀리지 않고 고백도 언젠가는 1년에 7명한테 받아보기도 했으니 겉보기에는 다 괜찮았어. 그런데 강남이라는 것 때문에 항상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부잣집 아들들이 주변에 깔려있고 내 머리가 나쁘지 않으니 내가 발악 하면 저놈들 아래에서 돈많이 받고 일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박혔어. 초등학교때부터 그랬을거야. 내가 결혼해서 애가 생겨봤자 노예 될거고 또 아빠가 그렇게 싫지만 또 너무 닮아서 나한테 아빠가 하는 짓거리들을 내가 자식한테, 아내 될 사람한테 하겠구나 라는 생각에 나는 절대 결혼 안하고 무조건 혼자 살다가 죽어야지라는 생각도 항상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지.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것들인데 나 혼자 지랄맞은 생각들을 많이하면서 스트레스 받고는 그걸 자위로 풀었어. 중독이었지. 섹스에 대해 비뚫어진 생각이 각인되고 고백을 받고 어떤 사람이 좋다가도 내 스스로가 섹스를 더러운거라 생각하면서 어떤 사람을 원하게 되면 그게 정말 이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발정나서 그러는거다 라고 생각해서 나 혼자 선을 그어버리고 그러면서 어플로 여자 만나서 미친놈처럼 떡치는게 반복중이고 계속 나는 쓰레기니까 이러다 죽어야지 하는 생각만 더 깊어질 뿐이다. 자살을 생각해봤다가 무서워서 하지도 못하니 자살도 못하는 실패자라는 생각이 스스로 맴돌고 최종적으로 실패자, 섹스중독자, 미래의 노예 이런 것들이 내가 내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단어들이라 생각되니 개선의 여지를 나 스스로 없애버리는 중인거다. 내가 뭔 소리를 지껄이는건지 이제는 나도 모르겠다
  • 손님(527d5) 2018.03.12 14:41
    얘기해줘서 고마워. 읽어보니 너가 왜 나랑 똑같다고 댓글을 남겼는지 이해갈정도로 정말 나와 닮았다. 음..일단 내가 무슨이야기를 하던지 그냥 친구와 수다떤다고 생각하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알량한 지식 몇개로 사람을 판단하고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짓거리 굉장히 혐오하기때문에 너도 내 이야기를 정답지 혹은 이렇게 해야만해! 이런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냥 너와 꼭닮은 누군가와 주절주절얘기한다고 생각해줘. 나는 이런 내모습을 고치고 싶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었기 때문에 이것저것 많이 읽어보고 공부를 많이 했어. 너와 마찬가지로 나도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 그게 너무 싫었거든. 엄마를 가정부처럼 대하고 멸시하고 식충이라고 여기면서도 밖에나가서는 세상자애로운 아버지가 되서 여기저기 계산하러 다니시고, 친척집 누가 힘들다고하면 엄마에게 의견은 구하지않고 목돈을 턱턱 보내주고, 그것에 대해 엄마가 반발하면 당신이 번돈도 아닌데 왜 간섭이냐며 화내는 모습을 보면서 난 아빠를 많이 혐오했지만 절대 티를 내지는 않았어. 왜냐면 난 아직 자립할수없는 약자였고, 아빠같은 부류는 악어와 같아서 한 늪에서 다른 생명을 다잡아먹고 혼자 살아남는다는 것을 아주 어릴때부터 깨달았거든. 내가 아빠에게 반기를 드는순간 나는 아빠에게 잡아먹힐거라고 생각했고, 난 조용히 칼을 갈았어. 아빠보다 더 좋은 대학에가서 아빠의 입을 막고, 아빠보다 성공해서 아빠의 손발을 묶어버리고 싶었어. 그리고 엄마를 그 악어에게서 구해내고 싶었지.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내가 아빠와 꼭 닮았다는걸 깨달은 순간 절망이 찾아왔고, 그런 내가 너무나 혐오스러웠고, 삶에 의지도 꺽이고 그냥 일순간 광활한 대지에 홀로 던져져버렸어. 아주 오랜시간을 방황했어. 오랫동안 자기혐오 자기부정 자기기만 그리고 자해로 이어졌어.그러다 생각을 정리하기위해 등산을 할 때면 어느새 생각따윈 저멀리 날아가고 숨을 몰아쉬는 내가 보였어. 마찬가지로 집이 가난했다면 쉼없이 일하고 매일밤 고뇌는 사라진 단잠을 이뤘겠지? 여기서 우리에게 조언했던 사람의 절반은 떨어져나가. "넌 니 복에 겨운거다."라는 식의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못하지. 그러면 그다음, "넌 도대체 왜 너의 절망을 헤쳐나가질 못하니? 세상에 너만 힘든줄알아?" 여기에서도 조언자들은 우수수 떨어져나가지. 우리에게 그런 말은 도움이 되지 않아. 어쩌면 타인의 모든 조언이 쓸모없을거야. 사실 답은 우리가 더 잘알고있거든. 누구보다 스스로를 더 많이 다그치고 화내고, 답답해하기에 어떻게해야하는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알아.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근데 넌 왜 아무것도 못하는거니? 언제까지 절망에 갖혀 세상을 밀어낼거야?" 그러면 우리는 끝없이 고뇌에 빠져버려. 여기서 너와 내가 다르게 갈릴지도 모르겠다. 첫째로 나는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어. 나는 내가 완벽한미래를 꿈꿨다는것. 그 완벽함이라는 것은 아빠에게 대적하기 위한 무기였지. 내가 완벽해야 저인간이 더이상 날 무너뜨리지 못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국내 대학으로치면 서울대, 외모로치면 연예인급, 성격으로 치면 보살급. 을 목표로 두게 되었지. 그치만 그러기가 쉽지않아. 어찌어찌 상위권대학에 링크되어도 완벽에는 미치지못하지. 외모도 아무리 가꿔도 항상 더 뛰어난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 이상황이 지속되면서 난 끝이없는 갈증을 느끼다가 나가떨어져버려. 누가보면 야 그정도면 너 성공한거아니야? 라고 말하겠지만, 애초에 목표로 한 넘버원이 될수없다는걸 깨달으면 우리에겐 넘버투도 쓰리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야. 짙은 패배감에 진저리치다가, 결국엔 아빠에게 졌다. 굴복당했다는 생각에 모든걸 잃어버리고, 나아가 삶의 목표가 사라져버려. 뒤돌아 생각해보면 날위해 살았던 기억이 없는거지. 그러면 정말,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내가되어 먼지처럼 사라질것 같아져. 지금의 스펙으로 적당히 돈을 벌며 정상인처럼 살아갈수있지만, 그 전에도 배고픈적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는 밥먹고살아남기가 아니였고, 아빠에게 대등한존재로, 혹은 아빠를 넘어선 존재로 인정받기였어.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가 도출되는데, 우리는 절대적으로 의지할수있었던 존재가 없었다는걸 알수있어. 엄마는 지켜야할 존재, 아빠는 이겨야할존재 혹은 막아내야할 적으로 인식되어서 힘든일이 생기면 털어놓기보다는 속으로 썩히게돼. 두번째 문제로는 친구가 생기면서 의연중에 친구에게 털어놓고 싶은 욕구가 생겨. 술을 먹으면 더 심해져서 어느순간 툭 털어놓게되지 근데 그때 친구가 위의 조언자들과 같은 말을하면 다시 마음의 문이 닫히게 돼. 아, 너도 모르는구나.... 허무주의로 빠지게 돼버려. 셋째로는 지금 갖고있는 능력과 배경으로 꽤 괜찮은 사람인척 사람을 만나게 돼. 이때부터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마음에 빗장을 걸어잠구고 행복한척, 쿨한척하며 가벼운 만남을 이어가. 절대 깊은 얘기는 하지못해. 그랬다가는 다시 상처를 받게될것 같거든. 이 상태가 지속되어 굳어지면 너와 나처럼 겉으로는 멀쩡힌지만 속에는 괴물하나가 자라나고 있고, 심해지면 스스로를 죽여버리고싶어해. 살아남는것보다 죽어버리는게 간편하고 쉽기 때문이야. 살기위해서는 돈을 벌고, 인간관계에서 고민하고, 미래를 구상하고, 계속 공부해나가야하지만, 죽는것은 칼을 들어 가슴을 찢어내버리면 끝나는 간단한 동작이야. 우리는 여기서 오작동중인 거라고 생각돼. 다시 내 기준에 맞춰서 삶의 계획을 짜야하는데 그게 여간 골치아픈게 아닐뿐더러, 어디를 목표로 둬야할지 모르겠거든.. 높게 잡으면 다시 무너져서 구덩이에 빠질것같고, 낮게 잡으면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여. 그러다가 이도저도 못하고 시간은 흘러가고, 주변사람들은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그러다보면 내 레벨은 점점낮아져서 나중엔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어. 아직도 주변시선에 자유롭지 못한거지. 끊임없이 세상의 기준에 날 대입시키려니 내가 못난것같은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우린 스스로를 혐오하게 돼버리는거야. 점점 불안해져가.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심리학에서 인간을 나눌때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으로 나누는데 대부분의 인간은 안정형(70%)이고 나머지가 30%를 나눠 이루고 있어. 불안형은 끊임없이 갈구하고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회피형은 크게 상처받고 웅크린 채 마음을 열지않지만 속으로는 계속 원망해. 아마도 우리는 회피형에 가깝다고 할수있지. 회피형은 성공하면 능력있는 아웃사이더가 되고 실패하면 나락에 떨어진 비관주의가 되어 모든 의지도 없이 스스로를 방기해.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우리는 평생 자기부정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거야. 그리고 그건 우리 탓이 아니라는 거지. 기질 자체가 회피형이라서 남들보다 의심도 많고 누군가를 믿기힘들어 해. 이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는거야. "그래 우리 회피형이라 그래. 니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의 속은 단순하지 않다구."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심리학계에서도 회피형과 불안형의 완성된 심리치료법이 나오지 않았어. 모두 실험종류의 심리치료이고, 다른 학계에서는 기질은 병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아. 안정형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나라를 세우고 법을 만들고 사회 통념이 생겨나는데 회피형인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색하고 '비뚤어진 사람'으로 보이는건 너무 당연해. 만일 회피형끼리 나라를 세웠다면 달랐을거야. 희망적이고 진취적으로 목표달성적인 안정형세상과 달리 "우울해야 입장가능한 술집,"" 자기혐오의 경험담쓰기 대회 개최" 같은 회피형 나라를 상상해봐. 우리는 전혀 이상한게 아니야. 단지 우리는 이세상에 살고 있기때문에 이세상에 맞출필요가 있는거지..

    죽을 나이가 되서 죽으면서 머릿 속으로 "나랑 안맞는 세상이였지만, 아! 그래도 잘 놀다간다" 이렇게 죽는 상상을 하면 좀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난 너가 편했으면 좋겠어. 넌 절대 잘못된게 아니라고.. 계속 말해주고싶어. 넌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계속 말해줄거야. 너 얘기 더해줄래? 그냥 주절주절 말해주라.
  • 손님(b8571) 2018.03.13 21:43
    본문보다 댓글이 갈수록 나를 파헤치는 것 같아서 읽기가 힘들다. 회피형이라는 것도 난 그 단어를 거부하고 싶어서 떠올리지 못한걸거야. 나도 화가나고 답답해 미쳐버릴것 같으면 무작정 집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녔어. 추운 겨울날 몇일씩 잠도 못잔 상태로 밥도 안먹고 서울을 횡단해버리고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물도 안마시고 몇십킬로씩 내달렸어.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고 나면 몇시간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자버리거나 할 수 있었으니까. 친구들을 대할때에도 너처럼 피상적으로 대했어. 멀쩡한척, 쿨하게 여자들 쉽게 만나고 쉽게 보내고 하는 척, 잘사는척, 항상 척만 하고 살았어. 그러다보니 내 속을 보이고 기대고 싶더라도 내가 쌓아온 짓거리들이 있으니 자가당착에 빠지고 또 그러면서 나는 왜 이따위인가로 빠져들게 되더라. 무한한 악순환의 고리를 알면서도 못끊고 환경 탓을 하려다가도 아무리 환경이 지랄같아도 결국엔 내가 의지박약이고 내가 남들 눈을 신경써서 그러는거다 라는 결론이 나와버리니까 그냥놓아버렸어. 그런데 솔직히 어디가서 얼굴로 욕먹는 수준 아니고 꼴에 공부좀 해서 머리가 돌아간다고 스스로 판단이 되서 나 혼자 먹고 살기로 하면 충분히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어. 그냥 막연한 기대, 쓸모없고 어이없는 자신감이지. 하지만 사람이 가축은 아니잖아? 먹고 산다고 해서 그게 살아가는거라고 할 수 없잖아? 가족도 있어야하고 삶이라는것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아빠가 싫고 또 아빠한테 당하고 항상 자식들 챙기느라 다 늙어버린 엄마가 답답해도 그래도 부모니까 내가 모시고 살아야지라는 생각은 드는데 내가 이렇게 나 자신을 갉아먹고 혼자 망가지는 꼬라지를 보면서 이러다 우리 부모님 아들 뒷바라지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시고 나중에 하나도 되돌려받지 못하게 되서 가족들도 망가지고 하는
    원인이 나인가 하는 생각때문에도 답답하다. 와 내가 봐도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다. 너가 한번씩 댓글을 달아줄때마다 나랑 똑같이 지랄맞은 애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너무 속이 뒤집어져버리니까 안그래도 뒤죽박죽 된 머리가 더 엉키고 있다. 이렇게 두서없이 글을 쓰면서 너의 댓글을 기대하면서도 또 무섭다 너무나.
  • 손님(527d5) 2018.03.14 14:14
    삶이라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 철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가끔은 내가 가난하고 학벌이 좋지못했다면, 외모가 별로였다면, 머리가 나빠 이런 내 모습을 능숙하게 숨기지 못했더라면,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지않았을까 생각도 해. 피상적으로 비춰지는 내 모든 것들을 버리고 싶다가도 이것마저 없다면 사회에서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진다. 네가 나와 얘기할 때는 이 모든 걸 내려놓고 말하길 바래. 네가 못생겼어도, 학벌이 나빠도, 가난하더라도, 그래 실은 온라인 속에 또다른 너의 자아를 만들어서 다른사람으로 살아갔더라도 괜찮아. 그런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죽음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하루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 안에 갖혀있다가, 하루는 시끄러운 밤거리에서 술에 취해 웃다가, 하루는 다시 희망에 젖어 다른 아이들과 같이 공부를 하다가, 또다시 무기력해지고 허무주의에 빠져 허우적대곤 해.

    정말 무슨 의미일까.
    원인을 알아야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 원인은 알수없는 개념들로 이루어져있고, 오르가즘을 타고 절정에 오르듯이, 알면 알수록 알면 안될 것 같고, 끝에 다다르면 모든게 터져나가서 내가 내가 아니고, 내 존재를 의심하게되고, 나는 누군가의 어머니이기도, 누군가의 자식이기도 하고, 사유에 빠져있는 날보면 사실 난 존재하지 않는 듯 느껴져.

    그래서 사람들은 끝없이 목표를 만드는걸까. 작은 목표부터 큰 목표까지. 오늘 밤은 일을 마치고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여 반주를 하자는 목표, 내일은 좀 일찍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출근 전에 여유를 느껴보자거나, 이번 달부터는 간단한 자격증을 준비해보거나, 수제가구를 만들어보거나, 건담을 수집하거나, 영화를 보고 쓴 비평문을 모아놓거나, 차곡차곡 쌓이는 적금에 뿌듯해하거나, 그러다 지루해지면 소개를 받아 사랑을 해보거나, 그 사람과 휴가를 맞추어 여행을 가거나, 그런 작은 목적들이 모여 삶을 만드는게 아닐까?

    작은 돌을 쌓아 성벽을 만드는 것처럼 언젠가는 누군가의 유적지가 될 나의 공간을 성실히 쌓아나가는 것 뿐이지 않을까.

    왠지 너와 나는 나이들어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듯하다. 어찌보면 운이 좋아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에 섰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실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게되고, 그 순간 노력하지 않고 타고난 능력으로 버텨왔던 우리가 이제 그들에게 선두를 내주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닐까. 이제 와서 차곡차곡 노력해왔던 그들과 함께 뛰기에는 단련되지 않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 지레 포기하고 싶은건 아닐까.

    결혼을 꿈꾸지 않는 것도 비슷해. 경제적이나 사회적인 외부에서는 날 고통줄 수 없는 현재에서, 가정을 이루며 더 많은 재화가 필요하고, 더 많은 인내심이 요구되고, 나의 자식이 태어나면 그들이 자립할동안 지원해주어야하는 그 모든, 책임을 우리는 회피하고 싶은게 아닐까.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우리만의 바운더리를 쌓아 딱 나 혼자는 잘먹고 살수있을만큼만 노력하고, 그 이상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어쩔수없이 책임은 지워질 것이란걸 우리는 알고있기에 자꾸만 불안한것 같아. 우리는 오늘만 보는 사람이 아니였던거야. 스스로에게는 난 죽지못해 사니까, 오늘 하루하루의 고비를 넘길뿐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내일을, 그 내일의 내일을 생각하며 고통스러워하는게 아닐까. 정말 내일을 준비할 생각이 없고 오늘만 살거라면 고통은 없을거야. 무슨 생각이 필요하겠어. 그러나 우리는 이중적이게도 내일을 생각할 수 밖에 없어. 그렇게 교육받았고,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부양해야할 부모님이 있고, 부모를 버릴정도로 정말 나만 생각하는 성격도 아니니까 더 많은 생각에 잠기게 돼.

    결론적으로 우리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고, 그걸 직면하는 것 자체로 너무 두려워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이야. 나는 여기서 조금만 용기를 내보려해. 날 알아주길 바라면서도 나의 단점들은 꽁꽁숨겼고 완벽해보이고 싶었지만, 주변인들에게 사실 난 이건 잘 못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어.그러자 그들의 반응은 넌 뭔가 항상 높아보이고 알아서 하는 것 같았는데, 진짜 새로운면이 보인다고하고, 이젠 너가 나보다 약해보여서 기분이 이상하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을 순 없었어. 그들이 날 만만히 볼까 두렵기도 하고, 사회에서는 강자로만 보이는게 좋은게 아니였을까 내 고백이 후회되기도 하지. 그러나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려해. 난 이제 높은 곳에서 내려와 그들과 함께 현실에 고통스러워할것이고 내 상황에 맞춰 쉽게 들어갈 직장을 고르지 않고 내 상황보다 한단계높은 곳을 바라보며 그동안 눌러왔던 도전정신과 성취감을 내보이려해.

    힘들고 실패를 맞을 수도 있지만, 더이상 실패를 두려워하며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삶은 이젠 버리고 싶어. 그러다 실패하면 더 낮은 레벨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러나
    바로 그 때에 비로소 우리가 혐오했던 아버지의 능력이 정말 진실로 도움이 될거야.

    우리가 실패한다고해도 우린 굶어죽진 못할거야. 우리의 레벨이 떨어져도 우린 완전히 비참해지진 않을거야. 그리고 우리가 진실로 세상에 부딪혀본다면, 그러곤 실패를 맞아 너덜해진다면 그때는 아버지에게 괜한 거리감과 자존심따위는 버린 채 도와달라고 할수 있을거 같아. 어리광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했던, 늘 복종했던 아버지에게 이제 정말 아버지뿐라며. 내게 남은 방패는 당신 뿐이라고, 당신이 내게 한심하다. 내자식이 이것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난 이제 다 버리고 당신의 진정한 자식이 되어 당신의 꾸중을 들으며 울 것이고, 못마땅해하는 당신의 표정을 보며 잘해야하는데 초조해하지 않을거라고.

    이제 더이상 아버지가 날 어떻게 생각할지, 이런 행동이 노여움을 사진 않을지 눈치보며 살지 않을거야. 앞으로는 모든 행동은 모두 날 위해서, 내가 원하기 때문에 할거야. 더이상 눈치보며 살고, 실패한 후엔 사실 내가 하고싶은게 아니고 당신의 입맛에 맞췄던거라고 생각하지 않게. 내가 원해서 하고 그에따른 책임도 내가 질거야.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괜찮아질거같아. 가끔 떠오르겠지 이렇게 사는게 무슨 소용일지. 그렇지만 끝없이 무기력에 빠지기 보다는 내발로 사회에 걸어가 현실의 고통에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

    사는게 아무의미없더라도 이왕 태어난거 노력하며 살아보는건 어때.
    어떻게 생각해? 나랑 같이 이겨내볼래?
    그러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현재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도록하자. 작은 자격증따기나, 요리를 해봤다거나, 일상속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자. 같이 걸어볼래?
  • 손님(72f8f) 2018.03.14 23:08
    또 다시 정곡을 찔리네...너가 생각한대로야. 물론 내가 쓴것들은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사실들이지만 혹시나 누군가 이 댓글을 보고 나인걸 알아차릴까 하는 두려움에 나에게 가장 뼈아프고 또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한 그 일은 빼버렸어. 사실 그걸 글로 남긴다는 것 자체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러는거야. 나중에 언젠가 그 일마저 내가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게 된다면 하나하나 다 말해줄게.
    너가 말한대로 이것저것 나도 시도를 해보고 있어. 나 혼자서 여행하기, 어렸을떄부터 해보고 싶었던 기계부품 조립해보기, 주식해보기 등등 작은 목표들을 설정하고서는 그걸 이룰때까지 적어도 몇개월은 열심히 공부하면서 버티고 있어. 한번은 한 6개월정도 걸려서 공부하고 준비해서 실행하고 목표를 완수했었어. 그러고 나니까 또 멍해지는 상태가 오더라고. 그래서 계속 작은 일만 하는게 자잘하게 공허함만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지난 몇개월간 사소한 일이었지만 꽤나 열심히 공부하고 재밌게 지냈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작게나마 뭔가 스스로 해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떤 만족감을 느꼈다는 새로운 감정때문인지 잠시동안 별 목표없이 살다가 그러다 뭔가 하고싶은게 생기면 해야지 하면서 크게 부담은 없이 지내고 있어. 이런게 소소한 행복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 그동안은 뭘하든 난 왜 이것밖에 안되지, 왜 더 노력을 안하는거지 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하고 만족해본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그래 이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라고 토닥여주니까 마음이 많이 놓이더라구.
    그 누구보다도 나를 잘 이해해줄 수 있다고 생각되니까 아프지만서도 좋다. 너도 물론 준비가 다 안됐겠지만 책임을 온몸으로 맞아보겠다는 너의 의지는 정말 경이로워. 무작정 너를 따라하면 나도 똑같이 할 수 있을까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우리 기질이 어디 가겠어? 당연히 스스로 해야지 라는 놈이 그런 생각을 힘껏 밀어내버렸지 뭐. 아직 내가 더 많은 껍질들을 깨야하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생각의 방향, 그리고 그 생각을 얻어내는 과정이 정말 많이 비슷한 것 같아. 그래서 힘을 얻어. 그래서 더 힘차게 내딛고 싶고 더 멀리 가보고 싶어. 너가 허락한다면 같이 가보고 싶어.
  • 손님(6ca6e) 2018.03.12 11:26
    남자가 씨발존나개멋있는 사람같네...
    나도 저런 남자가 되고싶다

    나도 지금 만나는 여자애가있는데 얘도 자존감이 낮다. 뭐만하면 사랑을 확인받고싶어하고 그런데도 나한테 상처를 많이 준다.
    물론 나는 이아이 자체가 사랑스럽지만
    혹시나 내가 간과하는게 있다면 뭐가 있을지 묻고싶다.
    나는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게, 여자입장에서 나는 신뢰가안가고? 못미덥다고해야되나...


    너라면 어떤걸 받고싶을것이고 내가 주의할게 있다면 뭐일지 조언해줄수 있을까?
  • 손님(527d5) 2018.03.12 15:33
    안녕! 댓글 고마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넌 충분히 잘해내고 있는 것 같아. 자꾸 사랑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널 믿고 싶어서, 믿기위해 땅을 다지는 것과 같은 행동이야. 그 과정에서 너가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불안하거나 불안을 회피하는 성격을 가졌거나, 나아가 사람에게 상처받았던 후천적인 경험이 합쳐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어.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정말 날 떠나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이 필요한데, 그 확신은 마냥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걸로는 부족해. 그럴때는 갖은 취미를 공유하는게 아주 큰 역할을 해. 너도 그 취미를 하면서 즐겁고 여자도 그 취미를 진심으로 즐겁게 생각하면, 서로 애인관계라는 언제나 헤어질수도 있는 약한 관계에서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라는 또다른 줄이 생기게 되거든. 중요한 건 너도 즐거워야해. 가짜라면 금방 들키게되고 더 실망을 안겨줄 수 있거든.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 그로 인해 대화를 좀더 깊게 할 수 있어. 애인끼리하는 대화의 범주를 벗어나서 어렸을 적 트라우마를 털어놓거나, 너에게 사랑스럽게 보여야만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 진솔한 대화, 인간 대 인간으로서 얘기할 수 있어.
    다음으로 너라는 존재가 그녀에게 안전기지, 방패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이제는 자유의사를 그녀에게 자연스레 넘겨주어야해. 넌 그녀에게 주체적이고 활동적인 에너지의 창고가 되었고 그로인해 그녀도 주체적으로 변하게 될거야. 그 순간부터는 스스로 주체적인 에너지를 만들수 있도록 두세번에 한번꼴로 오늘은 뭘할지 온전한 선택권을 넘기는, 자유의사를 이끌어주어야 해. 그럴 때, 넌 쓸데없는 간섭을 하지 않고 오로지 그녀가 끌리는대로 자유롭게 계획하게 하고 사실 그 행동의 선택도 자신이고 그 책임도 자신에게 있다는 걸 일깨워줄 수 있지.
    이 단계까지 순탄하게 온다면, 넌 완전히 바뀐 그녀를 마주하게될거야. 오늘은 뭘하고 싶어! 그때 그거 재밌지 않았어? 아니면 너 그런행동은 싫어 이렇게 해줘! 이런식으로 자신의 흥미,욕구를 거침없이 제시하고 그에 따라 있을 수도있는 상대방의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으로 변해갈거야.
    그렇게되면 그녀는 너가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되고, 너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확인했던 행동은 줄어들거야. 단단해진 채 서로를 바라보고 건설적인 미래를 그리게 될테지.
    그치만, 이건 이론적인것이고 그 사이사이에 수많은 걸림돌이 있을거야. 같은 취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고, 그녀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널 위해 좋은 척한걸 수도 있어. 무엇보다 불안했던 사람은 쉽게 변하지 못해. 자신 깊은곳에 무기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한단계 한단계 올라갈때마다 보스몹이 출현하는 것처럼 스스로가 자신을 잡아내리려 할거야. "이미 난 망했어. 내가 어떻게 올라갈 수 있겠어. 난 못할거야." 이런 종류의 감정이 소용돌이 치면서 널 밀어내려고 하면서도 원하는 파괴적인 감정에 파묻힐 수도 있지.
    이런 역경을 이겨낼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라는 오카다 다카시의 책을 추천할게. 꼭 읽어봐. 그러면 어느정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거야.
    그녀는 끝없이 사랑이 나오는 샘물을 원해. 넌 기꺼이 그런 사람이 되어주면서도 서서히 그녀가 자립할 수 있게 이끌어주어야해. 너가 안정적인 사람이라면 중심을 잃지 않고 그녀를 이끌어내 눈을 맞출 수 있을거야. 진심으로 응원할게. 절대 쉽지는 않을거야. 나와 그도 이 과정을 지나면서 서로 물건을 집어던지면서 싸우고 길거리 한복판에서 소리치며 싸우고, 요리를 해먹다가 쓰레기통에 다 갖다 부어버린적도 많아. 그만큼 한사람의 성향을 인정하고 사랑하는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야. 그냥 그녀의 몸을 탐하고 맛있는걸 먹는 것에 그치는 연애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을게. 그러나 그녀가 네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여자라면 죽도록 힘들어도 시도해보길 바래. 그렇다면 실패하더라도 참 열정적이였던 사랑으로 기억될거야. 너에게도, 그녀에게도.
    너가 질문한게 너무너무 넓은 스펙트럼의 질문이여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할지 고민되었어. 그래서 어느정도 내가 상황을 설정해서 말했는데, 위의 저 책을 읽고도 뭔가 답답한 점이 있다면 다시 댓글을 달아줘.
    다시 한번 너에게 존경을 표한다. 너도 참 멋있는 사람이야. 나의 그처럼 너도 그녀에게 태양이 되어주길 바래볼게!

    #책이 너무 길어 읽기가 힘들다면, 그녀가 자주보이는 행동과 그에 너가 어떻게 반응했는지의 에피소드하나를 올려주면 그 상황에 한정해서 얘기해볼게! 너에게도 이 과정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안되니까.
  • 손님(a9e90) 2018.03.13 14:51
    답문해줘서 고마워
    추천해준 오카다다카시 책은 꼭 읽어볼게
    일단 에피소드에 관련된 얘기는 내가 좀 이따 끄적일게 지금은 일중이라ㅠㅠ
  • 손님(39065) 2018.03.16 06:10
    이글 보고 눈물이났다
    진심으로 글쓴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 손님(32490) 2018.03.18 15:34
    화이팅 ,,
  • 손님(32d99) 2018.03.19 15:24
    어린나이에 뭣도 모른채 철학을 읽다가 그대로 중2병이 덮쳐오며 심오한 중2병을 안은채 성인이 된 것일까?
    아니 그냥 너의 정신세계가 애초에 불안정 했던 것이야 그 상태의 사고가 습관화되어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거기에 젖어든거지
  • 손님(12017) 2018.03.22 14:15

    글쓴이처럼 흐름대로 써봤음..둘째 컴플렉스 부분에서 너무 공감했다. 나도 둘째로 태어나 형이 사고를 치고, 형이 조르고, 형이 만들고, 형이 얻어낸 것들을 따라갔고 그것을 물려받았다. 형은 옷과 장난감을 좋아했고, 항상 부모님에게 조르고, 울고, 화를 냈다. 형은 그것을 얻어냈고, 과정에서 혼나고 깨지고 맞았다. 난 그 과정을 지켜보며 저러면 혼나는구나.. 하고 행동을 조심했고, 조르지고 울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물어보는 부모님의 질문에 항상 '형 것 쓰면 되죠.'라고 의연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형은 술,담배를 일찍 시작해 부모님과 싸웠고, 외박과 술먹고 집에 들어오는 부분에서도 부모님과 싸웠다. 난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하더라도 나는 형처럼 혼나지 않았다. 형은 부모님과의 투쟁으로 무언가를 얻었고, 나는 소위 콩고물 얻듯, 글쓴이와 같이 두번째 것을 얻게 되었다. 나의 존재처럼.. 그게 당연하게 생각했다. 형에게 물려받고 형이 투쟁해서 얻어논 무언가를 나는 쉽게 얻었다. 쉽게라는 표현은 모르겠다. 그것을 얻기 위해선 착한 동생, 착한 아들, 착한 내가 되어야 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강박증에 휩싸여 갔다 어디서든 인간관계가 좋고 붙임성 좋고 사회성이 좋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항상 나를 숨기고 칭찬을 받아야 하는 위치에 서기 위해 항상 노력했다. 실패한 적은 없다. 글쓴이와 같이 운좋게도 성적도 좋았고 일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25살 때 군대를 갔다오고 나는 내가 유능한 줄 알았다.. 그렇게 유능한 삶이 계속 될 줄 알았다. 유능해봤자 속이 텅 비어버린 '나'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도 항상 타인이 중심이었다. 25살때 정신이 터져버렸다. 강박증이 뇌를 지배했고 어느날 갑자기 머릿속에 강박벌레가 나타났고 항상 옳고 그름을 따지는 강박증이 생겼다. 죽고 싶었다. 가해자가 없는 피해자가 되어버렸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라는게 가장 슬프다. 그냥 나라는 존재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인 걸까.. 그걸 극복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글쓴이의 글을 읽고 강박증이 머리를 지배했을때가 생각났다. 

  • 손님(c058b) 2018.03.23 02:27
    고마워
  • 손님(56ac3) 2018.03.23 23:36
    진짜말 존나많네 댓글도 그렇고....
    진짜 스잘대기 생각많은종자야[email protected] @@
    결론은
    섹스.. 파트너만나서 섹스...
    안헤니지고 섹스 ...
    이게다 아녀!??
    그치?

    이거읽은 내가다용하다 ㅅㅂ
  • 손님(9d13a) 2018.05.02 18:44
    그래서 니가 지금 그 수준인거야
  • 손님(eeed6) 2018.03.28 00:46
    글쓴이 인생도 지금 행복해져서 너무 좋고 글도 너무 좋은거 같아요. 그 행복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 손님(949c4) 2018.04.03 13:15
    현재는 어떤지 궁금하네 이야기는 참 재미났어 상황과 감정이 언어화, 객관화, 문제화 되지않아서 복잡해보이기 마련이지 짜릿함이라는 경험은 한수배우고싶네 ㅎ
  • 손님(d0a46) 2018.04.09 18:02
    너가 쓴 첫 댓글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벼랑 끝에서 언제 떨어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살이 나있는건 맞는 것 같아. 댓글까지 다 읽으면서 내가 23살일 때 너와 비슷하게 살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끝도 없이 고민하고 스스로를 싫어하고 바꾸려 노력했지... 지금은 35살인데 결혼도 하고 그럴싸한 직업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날 괴롭히는건 회피형 인간의 특성 때문인지, 어려워보이면 일을 안 해버린다는거야. 너무 괴로운데도 안 해. 안 할 수가 없으니까 딴 짓을 하면서 날 감옥에 가둬. 의미 없이 밤을 새. 이게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삼주가 넘도록 아무 것도 사실상 안 하고 있는게 현실이고 당장 시간은 없는데도 딴짓 하는게 내 모습이지. 우울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술집, 너무 공감된다. 나이를 먹어도 자아탐구를 멈추지 못하는게 탐구를 안 하려고 해도 문제가 생기니까 안 할 수가 없어. 나도 여러 방식으로 망가져봤지만 어찌보면 크게 망가졌고 어찌보면 그렇게 크게 망가진건 아니야. 그런데 뭔가 끝을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무슨 말을 하는건지.

    네 글을 보면서 내가 갈 수 있었던 여러 모습 중에 하나였다고 느낀다면 조금 오버겠지만(난 그렇게 망가질 용기가 없었고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만나지도 못했어, 사랑에는 모두 실패했고 결혼은 우발적이었지) 말해주고 싶은게 있다면, 끝낼 수 있을 때 잘 끝내는게 좋다는거야. 난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넘어가서 지금까지 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만나고 있어. 난 이제 나만 망가지지도 않아. 여러 사람이 걸려 있는데도 제대로 못 하는게 더 괴롭고 죄책감이 심해. 다른 것은 내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무감각해진 것 같은데, 이런 삶이 무엇이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전하고 싶은 것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보면 어느새 통로가 있을거라고 힘껏 얘기해주고 싶어. 완전히 나가야해 빛이 들어온다고 멈추지 말고. 경계선상에 서있는 삶은 불안정하고 이상해. 너는 사랑을 만났으니 그 힘으로 이겨낼 수도 있겠지만... 너 말대로 홀로 설 수 있어야 할거고 잘 알지만 마무리를 못할 수도 있으니, 끝까지 가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서 처음 생각보다도 더 긴 댓글을 계속 쓰고 있다. 사실 이거 아마 나한테 하는 말일거야.

    한편 너가 장문의 댓글을 남기는 모습이 힘들다고 외치는 것 같더라. 힘드니까 도와주고 싶은거 아니었나 싶고. 나보다 너가 훨씬 강한 자아를 지녔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앞으로 긴 시간이 남아 있으니 서른살만 되어도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뭐가 됐든 스스로 납득하기에 좋은 쪽일거야) 글에서 느껴지는 내면은 나와 동질감이 들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겠지만 생각하는 방식이나 망가진 정도가 비슷하다는거지. 나는 예전에 날 바꿔서 내 뒤틀림을 없애려고 노력했고 성과도 있었어. 너는 그냥 박살난채로 견딘다는걸, 나만 날 망가뜨릴 수 있다는걸 깨달은 것 같아. 우습게도 지금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된 얘기야. 그게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몰라. 하지만 스스로의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더 나은 자아를 갖게 된다는건, 어쩌면 우리 안의 무대에서 더 나은 극본을 갖게 되는걸지도 모르겠어. 그건 연기지만 실제니까 삶이야. 그렇지 않을까? 이쯤 되니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댓글 양은 처음 쓰려고 했던 내용보다 세 배는 길어졌는데, 중간 중간에 추가하고 수정하고 덧쓰고 나중에는 맥락을 포기하고 막 쓰다보니까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망가진 회피형 인간끼리의 모임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 손님(cf086) 2018.04.17 10:49
    근데 너네 있자나 나중애 후회할거야 그때 죽어버릴걸 괜히 마음바꿨다 좋은사람만나고 인생이 좀 나아졌다고 안죽길잘했어 할거같지
    후회할거야 근데 그땐 너무 늦었어 죽어버리기엔 책임져야할게 너무 많아져서 죽지도 못한다
  • 손님(0ba43) 2018.04.30 22:15
    글쓴아 사랑해
  • 손님(42bf7) 2018.05.01 08:57
    솔직히 필력쩐다 여유되면 취미로 소설같은거 써도 괜찮을듯 전업작가는 생각하지 마셈 님 정신세계가 감당하기엔 존나 힘들것임 멀리서 응원하고 그 신이 님한테 축복한다고 전해달래
  • 손님(fd8a3) 2018.05.23 18:02
    글쓴이야, 너의 글을 방금 다 읽었어
    실제적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너와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너를 응원하는 사람이 여기 한 명 더 있어
    지금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진심으로 응원할게 글쓴이야 글쓴이야 사랑해
  • 손님(f7440) 2018.05.24 00:24
    헐 사실 나 댓글 같은거 처음 써봐
    내가 왜ㅜ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글에 빨려들었어
    이건 명작이야
    난 네가 글을 썼으면 해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글을 빨리 읽고 싶다
    부탁한다
    글써줘
  • 손님(698db) 2018.05.24 01:09
    이글을 읽고나니 저는 쨉도 아닌 수준이었네요.. 학교폭력 비슷한걸 중학교때 당하고나서부터 누가 손만 올려도 쫄고 어리버리하게 행동해서 안그래도 자존감 낮은데 남들에게 욕먹어서 더욱 자괴감만 들고.. 지금은 조금 나아졌는데 저도 아직 구덩이에 빠져있는거같습니다. 좋은글 잘읽었고 제스스로 절 사랑하면서 나아지게 해볼 용기가 생겼네요
  • 손님(f7440) 2018.05.24 01:35
    위에 댓글 쓴 사람이야
    네 글 읽고 댓글이란걸 처음 달아봐
    그리고 내가 느낀 감정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낄까 궁굼해서 댓글보다가 글쓴이가 답글 달아준것도 있더라고 그래서 혹시나 네가 본다면 그냥 아무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 못본다면 그것또한 할수없지 용기내서 내얘기를 해볼께

    우리아빠는 참 멋진 분이셨어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하고 대학도 잘나오시고 그림도 너무 멋지게 잘 그리시고 붓글씨도 잘쓰시고 노래도 잘하시고 악기연주도 못하는게 없으셨어 키도 크도 잘생기셔서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데 안타깝게도 경제력은 없으셨어 쉬는날이 일하는 날보다 많으셔서 항상 엄마가 경제적 책임을 지셨어 그런 엄마는 본인의 지친 인생의 한탄을 늘 나에게 털어놓았지 그래서 난 어머니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항상 성적이 1~2등이었어

    그런데 어머니의 독이서린 말이 시작된건 아빠가 바람을 피면서 부터였어 집에서는 바가지 긁어대는 부인이 있고 밖에서는 알랑방귀끼는 여자들이 많으니 그럴수 밖에 없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봐,
    아무튼 그뒤로 엄마는 나에게 나쁜말을 하기 시작해
    '이 더러운 피를 가진 새끼 ' ' *씨 성은 듣기만 해도 몸서리가 처져' '혈액형 b형은 아주 바람기가 있어가지고 니도 니 아배 닮아서 그러고 다니면 죽쌀 나는거야' '서방복 없는 년이 자식복도 없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네' '아휴 저 씨부랄 놈에 새끼 쳐다보기도 싫어 나가 이 개새끼야' '아주 지아배 똑 닮아가지고 자빠져 자는것도 똑 같애가 가지고 썅~' 등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어
    그런데 이런 언어 폭력 이 점점 신체에 대한 폭력으로도 이어져서 엄청 심하지는 않았지만 잦은 회초리와 아플정도의 꿀밤 때리기 발로 배 걷어차기 등등이 시작됐어
    이때부터 나의 성격을 형성하는데 있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시기인거 같아 난 이런 스트레스를 공부로 풀었고 자위로 풀었고 음악으로 풀었고 책으로 풀었고 그림으로 풀었고 자해로도 풀었어
    난 더러운피를 이은 더러운 놈이다 라는 생각에 불면증이 오고 대인기피증이오고 성적은 점점떨어지고 방황에 길을 갔던거 같아 근데 너랑은 다르게 난 외부로 표출을 못했어 그냥 내속에서 움켜쥐고 씹고 삼켰어
    내 안에 있는 뜨거운것을 꺼내면 난 미쳐버릴거란걸 안건 환청이 시작되기 시작한 후였어 난 빈센트 였어 심한자해를 할지도 몰랐어 난 홧김에 배란다에서 뛰어내릴지도 몰랐어 가스관을 자르고 불을 붙일지도 몰랐어 내 정신은 많이 황폐했지만 누구한테도 드러내지 않았어 내가 미친걸 들키면 난 정말 더러운 피. 그 종자. 그 성씨가 되어버리니까

    그래도 그럭저럭 좋은 대학도 어떻게 졸업하고 취업도해서 잘 살아가고 있기는 한데 문득문득 그 어릴적의 상처가 튀어 올라와서 나를 당황하게해 지금도 엄마랑은 30분 이상 같이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구토 증세가 나와
    아버지는 어머니랑 이혼후 얼마전에 돌아가셨어
    능력없는 아빠가 정말 많이 밉기도 했지만 돌아가시니까 그런것도 없어 그냥 남자대 남자로 술도하고 이야기도 못한게 아쉬울뿐야

    내상처는 극복 못할까?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며 시간이 지나가면 자연스레 나을줄 알았는데 퇴근길에 라디오를 들으면 그냥 눈물이 나서 갓길에 차세우고 막 울어 한 5분 울고 다시 운전해서 가 가끔은 세수하다가도 가위로 머리를 막잘라 그리고 미용실가면 머리가 왜그러냐고 하면 그냥 사촌동생이 잘라본다고 해서 했는데 맘에 안드네요 이러고 말아
    아직도 연애는 한번도 못해봤어 뭔가 내가 더러운 피고 난 절대로 이 유전자를 남기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나봐 고백은 많이 받아봤는데 그냥 다 거절했어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잘 못해줘 사실나도 잘 모르겠거든 연애는 하고싶지만 친척들이나 주변에서 연애안하냐고 물어보면 '아직 준비가 안됐어요' 라고 뱉고 '더러운 유전자라 못합니다'라고 삼켜
    이러면서 엄마에대한 소소한 복수를 하는것 같은 슬픈 쾌감도 있어

    물론 지금 당장 사는데는 별 문제 없어 그냥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름 즐기며 살고있거든 근데 깊은 인간관계는 못하겠어 내 집에도 제일친한 친구며 선배며 아무도 안들여 술도 혼자 집에서 먹는게 좋아

    나 어쩌면 좋을까?




    내가 무얼 묻고싶은지도 잘 모르겠어 나 젖어 들었나봐 그냥 이런 무기력한 삶에
    어쩜 너랑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몰라 아무한테도 하지 않은 내 이야기를
  • 손님(34161) 2018.06.02 14:37
    정말 고생 많았구나. 힘들었겠다. 빈센트라는 말에 맘이 아프다. 너도 느꼈었을 것 같은데, 네가 자괴스러워지고 스스로가 더럽다고 생각이 들어 그 감정을 통제하기 힘든적이 있지않았니? 그냥 칼로 나를 찌르고 싶고, 물건을 던지고 싶고, 비명을 지르고 싶고, 거울 속 너를 보면 거울을 깨버리고 싶고, 정말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고 싶진 않았니? 그러나 마음 속 한구석엔 정말 모든이성을 놓아버리면 살인을 할 수도 있겠구나, 혹은 정말 다시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겠구나... 이런 걱정이 있진 않았니... 그래서 혼자있을 때 미친 것처럼 하다가 다시 정신차리곤 그 미쳤던 흔적들을 정리하고 닦고 치우고... 마음 속 깊이 치워버린 건 아니니? 너무 마음이 아픈데, 정말 이렇게 비참할 수가 없는데, 난 엄마가 너무 보기 힘든데, 엄마를 보면 참혹했던 과거가 떠올라 온몸에 소름이 돋고, 몸이 떨리고, 엄마와 나 사이의 공기가 반으로 뚝 잘려 두개로 존재하는 기분, 저 너머 엄마의 공간에 들어서면 내 몸이 산성에 휩싸여 머리부터 타들어갈 것 같은 두려움, 어릴 적엔 그녀의 폭언과 폭행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내가 그녀를 폭행할까봐, 충분히 그럴수 있을 것 같아서 두려운건 아닐까? 스스로 더러운 피다 자책하는 것은 너의 방어기제일 수도 있어. 힘들고 우울할 때 그 원인을 찾으려 노력하거든... 정말 필사적으로 내가 왜 힘든지를... 되도록이면 스스로에게 가장 잔인한 이유로...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내가 괜찮지 않은 사람이어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견뎌낼 수 있으니까. 내가 괜찮은 사람인데도 이런 아픈감정을 가지며 정신이 두개로 나뉘어 버릴꺼 같으니까. 그냥 내가 병신이어서 그래. 내가 더러운 피니까 그래.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닐까. 어쩌면 모두가힘든 사춘기나 취업준비기 같은 시기에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질 때, 단순한 성적고민, 진로고민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스트레스의 압박을 가정사로 귀결시켜버린게 아닐까. 그 뒤로는 어떤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아도 결국 스스로는 이게 다 내 가정사때문이다. 라고 단정지어버린 적은 없었니... 그러다 보니 그 가정사라는 것이 너에게는 필요악적인 존재가 되어버린게 아닐까. 네가 갖고있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으면서도, 그것마저 사라지면 앞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스트레스를 가정사가 아닌 다른 이유로서 분류해본적 없으니까... 너의 가정사를 탓하지 않고는 네가 받는 우울함을 정당화하지 못하게 돼버린건 아닐까. 너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다. 얘기해줄래?
  • 손님(f7440) 2018.05.24 01:38
    앗 댓글하나가 사이에꼈네 네글 읽고싶다고 빨리 글써달라고 한사람이야
    그냥 그렇다고
  • 손님(f7440) 2018.05.24 01:43
    2월달 글이구나 아쉽다 너랑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 손님(ddf80) 2018.05.29 08:16
    댓글 꼭 남길게 일주일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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